2026년을 맞아 블로그를 다시 새로 시작한다. 무언가를 갈아엎고 새로 시작하는 습성은 아마도 현재의 나에 대한 끊임없는 불만족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기존의 블로그를 뒤로하고 굳이 설치형 워드프레스라는 기술적 번거로움을 택한 것은, 어쩌면 제한된 환경을 벗어나 기술적인 도전으로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고 싶다는 뒤늦은 의지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2025년은 ‘미완의 해’였다. 2023년 졸업 후 자격증과 아르바이트, 전문성을 쌓기 위한 부트캠프를 마쳤지만, 준비와 현실 사이의 괴리와 얼어붙은 취업 시장, 그리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빈약한 자신감 때문에 시간들을 공허하게 흘려보냈다. 가족들의 무언의 압박과 기대를 뒤로한 채, 나는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연고도 없는 타지의 작은 기업에 몸을 던졌다. 그것이 내 사회생활의 첫 단추였다.
그러나 그 첫 단념과 도전은 몇 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누군가는 섣부른 결정이라 비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나의 쓸모와 성장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인간관계가 어려웠던 것은 아니었다. 일이 어렵거나 그랬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다만, 조직의 시스템보다는 개인의 임기응변에 기대는 환경, 그리고 그 속에서 갈려나가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내가 지향하는 미래는 점차 흐릿해졌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출장 속 낯선 길 위의 운전과 고립된 타지의 숙소에서 느끼는 감정은 ‘소모’에 가까웠다.
나름의 책임감이 따르는 업무임에도 이상하게 돌아가는 현장을 목격하며 이걸 반복해야한다는 무력감이 결정적이었다. 더 큰 책임이 나를 짓누르기 전에, 그리고 내가 이 부조리함에 익숙해지기 전에 멈춰야겠다고 판단했다. 이 퇴사 사실을 아직 주변에는 알리지 못했다.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부채감은 때때로 날카롭게 가슴을 찌른다.
퇴사 후 지난 2개월은 방탕함과 고뇌가 뒤섞인 시간이었다. 계획했던 공부는 저 멀리 치워둔 채 늦잠을 자고 게임에 몰두하며 진탕 유튜브를 틀어두었다. 통장 잔고를 걱정하면서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낙관과 “이제 정말 어쩌나”라는 공포 사이를 위태롭게 오갔다. 중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구체적으로 무엇이 되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명쾌한 답을 내어주지 않는다. 선택의 순간마다 타인의 의지에 기대거나, 깊은 전공의 부담을 피해 겉핥기식 선택을 해왔던 지난날의 회피가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더는 미루지 않고 싶다. 과거에 매몰되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라고 자문하는 것은 무의미하겠지.그 답은 신만이 알 것이며, 설령 신이 있다 해도 내게 답해줄 리 만무하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은 ‘모른다’는 정직한 고백뿐이다.
2026년에는 가면 뒤에 숨겨두었던 나의 민낯을 온전히 드러내 보려 한다. 그것이 때로는 볼품없고 처절한 ‘환상의 똥꼬쇼’처럼 보일지라도, 미루지 않고 회피하지 않는 삶을 기록해 나갈 것이다. 어쩌면 이 블로그는 그 기록의 첫 장이자, 다시는 도망치지 않겠다는 스스로를 향한 선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