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엔조’는 열여섯이라는 나이에 벌써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남들에게 인정 받는 재능이 있다는 사실이 먼저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써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도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내가 보기엔 아주 귀한 일이다.
그러나 남부러울 것 없는 기회와 유복한 가정을 가졌다고 사춘기를 비껴갈 수 는 없다.
부모의 조언은 그저 잔소리로 흘려듣고, 하고 싶은 일 마저도 기분이 태도가 되며, 뉴스 속 세상사에 조급하게 뛰어들려 한다. 그러고는 스스로 이해하지도 못할 거짓말을 뱉어낸다.
‘중2병’이라고 불리우는 사춘기, 이 시절의 방황은 마치 통제할 수 없는 열병 같아서, 충동적인 모습을 비춘다.
그렇게 마음이 온통 뒤영켜 있을 때 곁에 가장 완벽해 보이는 것 같은 이가 나타난다면, 그를 사랑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나를 둘러싼 일상은 기만적이고 답답하기만 한데, 이런 모든 허물을 모두 떨쳐낸 듯 자유로워 보이는 ‘블라드’를 갈망하고 함께하고 싶어하는 소년의 마음이 와닿았다.
하지만 그런 ‘엔조’를 바라보는 ‘블라드’의 시선은, 달아오른 열여섯 소년의 서툰 감정이 버겁고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각자의 감정, 어른과 아이, 서로가 너무 다르기에 둘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없다.
불안정한 어른과는 달리 소년에게는 마땅히 돌아가야할 제자리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게 거절당한 ‘엔조’는 스스로에게 큰 상처를 주어 절망을 감추고 방황을 마무리하며, ‘블라드’는 전쟁터로 향하여 현실의 무거운 책임을 다하려 사라진다.
서로가 완벽히 분리된 후에서야 서로를 느낄 수 있었지만, 두 사람이 계속 연결되는지는 알려주지 않고서 불확실한 삶을 보여주듯 마무리된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찬란한 여름 풍경은 달아오른 엔조의 마음을 고스란히 닮아 눈부시면서도 아프도록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