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두아: 명품은 1도 모르지만

작년쯤인가 흥미로운 뉴스 하나를 보았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명품 가방들이 사실 해당 브랜드의 종주국이 아니라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원가가 10만 원도 채 안 된다는 사실.

뭐, 가격이라는 게 단순한 제작비로만 정해지는 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디자인, 마케팅, 유통 등 온갖 비용이 붙기 마련인데, 평범한 식당에서도 원재료 비중이 50%만 넘어도 ‘남는 게 있냐’라는 소리를 듣는 게 현실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부대 비용과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수백 배의 가격이 과연 그 이름값에 걸맞은 ‘명품’의 가치를 증명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명품(名品)’이라는 단어 자체가 현대 자본주의가 낳은 최고의 마케팅 걸작이 아닐까 싶다.
물건 자체보다 ‘비싸다’라는 사실 그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고, 의도적으로 공급을 줄여 허들을 높이는 전략. 그 높은 벽이 만들어낸 ‘절실한 수요’와 남들과 구분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원초적인 욕망이 뒤섞여 만들어진 기이한 시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모두가 열광하는 그것은 ‘좋은 물건’이라기보다 ‘비싼 사치품’에 가깝지 않은가?

내 기준에서 진짜 명품은 브랜드라기보다는 ‘사용자 경험’에서 오는 것 같다.
학생 때부터 필기할 일이 있을 때마다 다른 볼펜을 쓰다가도 돌고 돌아 결국은 제트스트림 볼펜을 쥐게 된다. 또, 대학생 때 큰마음 먹고 사서 지금까지도 쌩쌩하게 돌아가는, 첫 만남부터 강렬한 전성비로 충격을 주었던 애플 실리콘 M1 맥북 에어도 마찬가지. 여기에다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의 명물 성심당도 빼놓을 수 없다. 오랜 세월 지켜온 뛰어난 맛과 가성비, 이윤을 넘어 지역 사회와 나누고 섬기는 그들의 역사를 생각하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매일 쓰면서도 어디 하나 모난 데 없고, 혹시라도 고장 나거나 다 쓰게 되면 기꺼이 다시 똑같은 것을 선택하고 싶은 물건들.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일상을 든든하게 지지해 주는 이런 존재들이야말로 진짜 명품의 자격이 있다고 믿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현실적인 가치를 따지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모순된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부모님께는 남들이 딱 보면 바로 알아챌 수 있는 그런 ‘이름 있는 명품’을 꼭 하나쯤 선물해 드리고 싶어진다. 솔직히 더 깊이 고백하자면,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명품 앰배서더로 활동하며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 참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 아우라가 ‘명품’의 기능이자 가치라면 할 말이 없다만, 그러면서도 그것이 아름다운 건지, 그걸 입은 사람이 아름다운 건지는 늘 헷갈린다)
결국 누군가를 위한다는 순수한 마음 절반에, ‘나도 이제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정도는 해드릴 수 있을 만큼 성공했다’라고 세상에 증명해 보이고 싶은 저의 유치한 과시욕이 섞여 있겠지.
드라마 <레이디 두아>의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녀는 분명 뛰어난 실력(명품을 바라보는 안목)을 갖추고 있었지만, 소위 말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결코 인정받을 수 없었던, 진짜가 되고 싶었던 가짜의 절박한 마음에서 비롯된 그 수많은 거짓말과 모순된 상황들이 유독 씁쓸하게 느껴졌던 이유다.

<레이디 두아>는 꽤 복잡한 구성을 가진 작품이다. 주인공의 정체는 시작부터 철저히 가짜로 설계되었고, 극이 끝날 때까지 관객은 그녀의 진짜 신분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과거와 현재를 분주히 오가는 타임라인 때문에 잠깐만 멈칫해도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지만, 오히려 그 복잡함이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해 준다.

하지만 몰입을 완전히 깨버린 장면이 하나. 바로 주인공이 단 한마디의 말 때문에 순식간에 구속되는 장면이다. 아무리 드라마적 허용이라고 해도, 신원도 불분명하고 직접적인 물증도 부족한 상황에서 애매한 발언 하나로 바로 수갑을 채우는 모습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졌다.

특히 사회 고위층과 얽혀 심리전을 펼치던 그 똑똑한 주인공이, 변호사조차 부르지 않고 직접 대응한다는 설정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주인공과 형사 사이의 심리극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작가의 의지였을까?
진짜와 가짜, 명품의 가치, 계급,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 치밀한 심리극이었던 만큼, 조금만 더 개연성 있는 전개를 보여주었더라면 마지막의 찝찝함이 남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츠에서만 소비하지 않고 1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통으로 정주행하게 만든 작품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진짜’와 ‘가짜’에 대해 이토록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