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All for One?

‘아무래도 좆됐다.”
내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첫 문장인 소설 <마션> 의 작가 앤디 위어의 우주 3부작 중 하나,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영화화되었다. ‘왕과 사는 남자‘와 함께 올해 상반기 영화 기대작인 작품인데, 기대 이상으로 만족하고 왔다.

떠밀린 희생을 견디게 해준 든든한 동지

그레이스 박사는 처음부터 인류를 구하겠다는 거창한 사명감을 가진 전형적인 ‘영웅’ 캐릭터는 아니었다. 오히려 불의의 사고로 생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강제로 투입된, ‘등 떠밀려진 희생자’다. 수십 광년 떨어진 우주 한복판, 지구로 돌아올 연 조차 없는 편도행 우주선에 홀로 남겨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보드카로 견디는 모습이 대단하면서도 짠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절망의 끝에서 같은 목적을 가진 외계인 ‘로키’를 만난다. 서로 생김새도 다르고 사는 환경도 천차만별이지만, 멸망해가는 모성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뭉친 두 존재의 ‘동지애’가 돋보이는 영화였다. 로키라는 든든한 동지가 없었더라면 주인공은 아마 우주에서 처절하게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억지로 떠맡았던, 그 이름과도 같은 오히려 실패에 가까운 임무를 진정한 사명으로 바꾼 건, 혼자가 아니라는 것과 서로의 존재를 뛰어넘은 끈끈한 우정 덕분일 것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마션, One for All vs All for One

<마션>이 온 지구가 화성에 갇힌 마크 와트니 한 명을 살리기 위해 모두가 화합하는 낙천적인 서사라면,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연락할 곳 하나 없는 우주에서 단 한 명(또는 두 존재)이 멸망했을지도 모르는 지구를 위해서 자신을 온전히 갈아넣는 이야기다.

어쩌면 그렇게 단순히 끝날 수 있었지만, ‘로키’의 존재로 인해 완전 달라진다. 단순히 한 명의 숭고한 구원기에 그쳤을 수도 있지만, 두 존재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맞춰가는 과정이 정말 아름답다. 서로를 위해 내리는 선택을 보면 이 영화의 진정한 감동은 ‘희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잇는 ‘연결’에서 온다고 깊이 느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이 작품의 연출 방식이다. 극한의 상황을 다루면서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톤이 좋았다. 특히 그레이스가 점점 상황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선택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이러한 변화는 배우의 연기 덕분에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우주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오는 긴장감과, 로키와 함께할 때의 따뜻한 분위기가 대비되며 영화의 리듬을 만든다. 단순한 SF 블록버스터를 넘어서, 관객이 끝까지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은 이런 디테일에서 나온다고 느꼈다.

로키, 생각보다는 귀여운 존재감

예고편 자체가 큰 스포일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봉전에도 이미 ‘로키’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돌 같은 질과 금속을 다루는 모습이 거미 같기도 해서 징그럽지는 않고 좀 신기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다만 처음 등장에서 소리지를 때와, 밥? 먹을 때는 조금 흠짓하기도 했다.

소통을 위해 서로의 언어를 데이터화하고 하나 맞춰가는 과정도 이 영화의 묘미다. 처음엔 이상해보이던 ‘로키’의 모습이 소통이 자유로워지자 서로 농담을 할 만큼 재미있고 믿음직하게 변한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로키의 선택과 감정이 단순한 ‘외계 생명체’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처럼 느껴진다. 처음에는 낯설고 이질적이었던 존재가, 어느 순간부터는 주인공과 다르지 않은 감정을 가진 동료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롯데시네마 광음시네마 후기: 좀 아쉬움

이번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롯데시네마의 사운드 특화관인 ‘광음시네마’에서 관람했다. 아무래도 블록버스터 영화라 빵빵한 사운드가 기대되기도 하거니와 CGV의 ‘아이맥스’ 메가박스의 ‘돌비 시네마’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했다.

영화 시작 전 보여준 데모 영상에 비하면 본편 사운드가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스크린 크기가 작아서일까? 뭔가 기대한 것에는 부족한 기분이다. 일반관에 비하면 감상 환경이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 어중간한 경험으로는 관객을 만족시키긴 어려울 것 같다. 우주 공간의 정적이나 효과음이 더 극적으로 살았더라면 몰입감이 한층 더 살아났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래도 장점을 꼽자면 ‘가성비’가 아닐까 싶다. 일반관 가격에서 천 원 정도만 더 보태면 되니,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가입자라면 매월 제공되는 할인권과 함께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별도의 쿠키 영상은 없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과학적인 이해가 깊지 않아도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다. 과학적인 부분 영화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줄 뿐만 아니라, 소설과는 달리 ‘로키’와의 버디 무비에 집중하다보니 geek한 느낌은 덜 한편이라(고증과는 다른 부분이다) 배경지식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그래서 과학적인 부분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면, 원작 소설을 읽거나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님의 영상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순한 SF 영화라기보다, 결국 사람과 존재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느껴졌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한 줄 평: 이과가 세계를 구하지만, 그들을 구하는 건 결국 따뜻한 우정